이상엽 보은여고 역사교사 인터뷰 [보은학의 필요성에 대하여 ]
페이지 정보

본문
살아있는 역사교육 위해서 우리동네 이야기 발굴 필요
학생 지역혐오 심각… '보은학' 통한 지역 정체성 형성 강조
속리산 산신제·법주사 탑돌이 등 수집할 역사문화 자료 多
현 시점 주민들 생각 기록 강조… 전문 연구기관 설립 주장

[중부매일 김영이 기자] 보은문화원(원장 정경재)은 지난달 16일 보은문화원 시청각실에서 '보은학의 필요성과 방향모색을 위한 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학술세미나는 좌석 150개를 꽉 채울 정도여서 보은군민들의 보은학에 대한 관심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줬다. 이 자리에는 보은여자고등학교 이상엽(35) 역사교사가 토론자로 참석해 역사교육의 관점에서 바라본 보은학 정립의 필요성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지역 정체성 회복과 지역사 발굴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 편집자
# 좌석 꽉 메운 군민 관심에 '깜놀'
"보은학 학술세미나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이 열기가 보은학 정립의 필요성을 말해주고, 역사교사인 제 입장에선 어깨가 무거워지는 걸 느꼈습니다."보은여고에서 역사를 담당하는 이상엽 교사는 보은학 정립의 필요성을 역사교육 현장에서 찾고 있다. 학생들에게 살아 있는 역사교육이 필요하고 그 교육의 기반은 지역의 기록 즉, 폭넓은 아카이빙(Archiving·중요하거나 유용한 정보를 잘 정리해 보관하는 것)이라는 데서 출발한다.
"우리 교과서는 세종대왕, 3.1운동, 한국전쟁 심지어 미국 독립기념일 같은 것은 상세히 서술해 다 알게 하지만 정작 우리 주변, 우리 동네의 역사는 없습니다. 교과서 내용은 대부분 중앙에서 바라본 시각으로 서술됐기 때문에 우리 것은 찾아볼 수가 없어요. 그래서 역사는 멀게 느껴지고 단순히 외워야 하는 과목으로 받아들여지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이 교사는 이런 단절을 회복할 열쇠가 지역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첫 단추인 지역사(地域史)에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우리가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대한민국의 역사를 공유하며 정체성을 형성하듯 보은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보은의 집단 기억을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게 '지역 아카이브'라고 말한다. 지역의 기억들 즉 구술, 사진, 문서, 공간, 설화, 일상 등 지역의 기억을 수집하고 정리해 방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갖춰야 지역학을 구축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교사는 "이런 작업은 서울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보은 땅을 밟고 살아가는 사람들만 기억할 수 있는 일로, 이런 기억들은 아이들에게는 단순한 지식을 넘어 '삶의 힘'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보은은 굵직한 역사 문화를 폭넓게 품고 있다. 속리산 산신제, 법주사 탑돌이와 같은 전통의례, 삼년산성과 관련한 스토리, 북실전투에 대한 증언, 1980년과 1998년 홍수 이야기, 대추 축제의 모습과 변천, 최제우가 보은을 떠나며 보은사람들과 나눈 이야기, 보청천과 최시형 이야기, 구병산 자락 서당골에 다녀간 사람들의 추억 이야기 등 아카이빙할 자료가 차고 넘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 학생들 '지역 혐오'를 우선 순위로 꼽아
이 교사는 "기록하지 않으면 흩어지고 흩어진 기억은 곧 사라진다"며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는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보은학 연구소' 설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사는 2023년 보은여중·고, 충북생명과학고 등 3개 학교 교사와 학생들로 '연합 역사동아리'를 꾸려 보은지역의 유적을 답사했다. 학생들은 답사내용을 '손바닥 보은 타임즈'라는 문집에 게재했다.
2024년엔 인물 중심의 '기억'을 기록했다. 송찬호 시인, 보은여중·고 원어민(미국 출신) 교사, 대추 축제 때 교통정리를 한 경찰관 등 보은에 오래 살거나 외지인들이 본 보은 기억 모음에 주력했다.
올가을에는 공주·부여 문화재를 답사해 보은문화재에 접목하는 방안을 연구할 계획이다.
이 교사는 2023년 보은여고 학생과 함께한 '혐오'를 주제로 한 인문학 프로그램에서 '지역 혐오'가 1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학생들이 '나 여기(보은) 떠 날거야. 여기를 떠나면 성공'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지역 혐오가 심각한 수준을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그는 "학생들은 이의 극복 방안으로 지역 정체성이 가장 중요하고 이를 형성하려면 지역사 발굴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보은학을 만든다면 사료 중심보다는 지금 사람들이 생각하는 기억을 끄집어내 기록해야 하며 그래서 보은학 연구소 설립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영이 기자 kye3679@jbnews.com 기자 프로필 보기관련링크
- 다음글2025 「제6회 오장환 디카시 신인문학상」 공모전 25.06.04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